「지적자본론」, 성공한 기획자의 제안서

사람들이 정보를 찾는 방식은 드라마틱하게 변해 왔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정보를 찾을 때 감수해야 했던 시·공간의 제약은 사라졌고, 이제는 검색 방식까지도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나 엄청난 변화들은 그러나 놀랍게도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졌으며,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위 이미지 속 다섯 가지 항목들을 보며 생각해보자. #2에 도달하기까지, 우리는 참 긴 시간 #1의 세계에서 불만 없이 살고 있었다. 그 긴 시간을 넘어 맞이하게 된 #2는 얼마나 놀라운 시대였던가? 그러나 #3의 시대에서 생각해보면, #2의 시대는 우스꽝스러운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4의 시대, #3의 시대로부터 정말 눈 깜짝할 시간만 흘렀을 뿐인데도 또다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세상은 정신없이 변하고 있고, 어떤 이들은 그 속도에 놀라 방향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변화에 맞추어 재빠르게 대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의 방향을 정면으로 거스르면서도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면 어떨까? 믿어지지 않지만, 종종 우리는 그러한 성공을 보게 되고는 한다. 그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의 ‘츠타야 서점’이다. 모두가 온라인을 이야기할 때 오직 오프라인에서, 책의 본질만으로 고객의 마음을 파고든 ‘츠타야 서점’은 1983년 첫 오픈 이후 현재 1400곳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기업 CCC(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의 사장, 마스다 무네아키 사장이 자신의 철학을 담아 책 한 권을 펴냈다. 책 「지적자본론」이다.

<마스다 무네아키 저 / 민음사>

‘자본론’ 하면 마르크스가 떠오른다. 실제로 저자는 마르크스로부터 몇 가지 개념을 차용하여 본인의 철학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보자. 마르크스는 생산양식에 따른 역사 발전 단계를 5단계로 제시하였다. 원시 공동체사회→ 고대 노예제사회→ 중세 봉건사회→ 근대 자본주의 사회→ 공산사회가 바로 그것이다. 이에 기초하여 「지적자본론」의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는 나름의 기준을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 단계를 퍼스트, 세컨드, 서드 스테이지의 3단계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부족한 물자를 요구하는 ‘퍼스트 스테이지’, 안정된 상황 속에서 다종다양한 상품을 원하는 ‘세컨드 스테이지’, 그리고 넘쳐나는 물건과 서비스 속에서 고유한 취향(스타일)을 선망하고 ‘제안’을 필요로 하는 ‘서드 스테이지’가 차례차례 진전되어왔다는 것이다. 세컨드 스테이지 시대에는 플랫폼 수와 종류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보고-연락-상담 체계를 바탕으로 업무를 하고, 재무자본의 크기를 키워 사업을 전개하는 방식의 회사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플랫폼이 넘쳐나는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직원 각각이 지적 자본을 보유한 자본가로서 고객 가치의 극대화를 위해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하는 회사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저자는 ‘자본론’ 개념의 단순 차용을 넘어 흥미로운 키워드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설파한다. 예를 들면 고객 가치, 제안, 자유, 병렬, 약속, 감사, 휴먼 스케일, 디자이너 등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뽑자면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새로운 제안을 기획하는 ‘기획자’로 정의한다. ‘기획자’인 저자에게 책은 단순히 하나의 상품이 아닌 ‘제안의 집약체’였다. 저자는 이 제안을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필연적으로 오프라인 서점을 선택했다. 그리고 책, 잡지, DVD 등의 전통적 상품 구분을 파괴하고, 라이프 스타일의 형태로 상품을 제안했다. 고객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이를 피부로 느끼며 매력적으로 받아들였고, 츠타야 서점은 크게 성장했다.

츠타야 서점이 성공할 수 있었던 모든 이유를 담은 「지적자본론」은 성공한 ‘기획자’의 훌륭한 메타-제안서를 엿보는 일이다. 업종 공통 포인트 서비스 ‘T포인트’를 오천만 회원의 서비스로 성장시킨 대담한 상상력, 기존 방식에 대한 고집 없이 오프라인 서점에 온라인 사업을 접합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유연성, 인구 5만인 다케오 시 시립도서관의 연 이용객을 100만으로 바꾼 노하우까지. 마스다 사장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성공 사례가 이 풍성한 제안서를 가득 채우고 있다. 200쪽이 채 안 되는 얇은 두께도 이 제안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아무래도 제안서는 짧은 것이 미덕인 법이다.

반복되는 업무 속 변화의 계기를 원하는 직장인, 앞으로 내 삶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고민 중인 학생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한발 앞선 사람의 제안서를 보는 일은 언제나 ‘한 수’ 배우는 경험이 되니까. 언젠가 일본에 갈 일이 있다면, 그의 서점을 직접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