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회 저, 다산북스>

매년 그렇게 어렵고 어렵다는 출판시장. 당연한 말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손길이 닿는 베스트셀러는 탄생합니다. 2017년은 어떤 책이 사랑받은 해였을까요?

교보문고 2017년 베스트셀러 분야종합 순위를 살펴보니 언어의 온도, 82년생 김지영, 자존감 수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등의 책이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죽 나열해 보니, 각기 다른 책들이지만 어느 정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목표를 향한 끊임없는 도전이 아닌,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힘들었던 나를 위로하는 책들이 아닌가 합니다. 적어도 ‘인생이란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처절한 노력으로 한계를 극복해 성공에 도달하는 것이야!’하는 옛날식 자기개발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2017년을 돌이켜 보면 정말 저 책들 같았습니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YOLO’가 2017년 유행의 한가운데를 장식했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모습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우리의 마음에 치유의 메시지를 보내었습니다. ‘인생 뭐 있어? 그냥 뭐, 어때?’ 하고, 가끔 되뇌기라도 하는 날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참 편한, 그런 마법의 주문들이 반짝이던 지난 2017년.

그리고 그 마법 같은 주문에 저도 홀렸던 것일까요. 서점에 들르면 주로 경영/경제, 자기계발 서적을 찾곤 했던 제 눈에 한 권의 책이 들어왔습니다. 책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입니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참 재미있는 방식의 책입니다. 저자가 만화책 보노보노를 읽고 느낀 것을 다시 책으로 펴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작 보노보노의 그림과 대사가 주를 이루고, 거기에 저자의 생각이 조금 보태어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처음 본 건 작년 여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이 표지가 파란 책은 뭔가, 하며 별 생각 없이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집어 들어 구입을 하게 되었지요. 제가 이 책을 구매하게 한 것은 표지 외에도 다른 한 구절 때문이었는데, 바로 살면서 겪는 곤란함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보노보노, 살아있는 한 곤란하게 돼 있어.
살아있는 한 무조건 곤란해.
곤란하지 않게 사는 방법 따윈 결코 없어.
그리고 곤란한 일은 결국 끝나게 돼 있어.
어때?
이제 좀 안심하고 곤란해할 수 있겠지?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2017, 다산북스, p15

 

인생이 곤란하지 않을 수 없고, 곤란은 어쨌든 끝나니, 쓸데없이 곤란해하지마 라고 일말의 곤란함 없이 정리해준 표현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속 시원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사게 된 것입니다. 정말 ‘그냥’. 그리고 이런 ‘그냥’들이 모여, 연말에 그냥,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것입니다.

 

봄은 저쪽에서 천천히 천천히 오는 거구나.
달팽이는 걷는 게 늦구나.
그럼 아주 오래 전부터 계속
내가 있는 여기까지 걸어온 거구나.
역시, 천천히 오는 건 굉장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2017, 다산북스, p165

 

제가 ‘그냥’ 책을 구매하게 되었던 것처럼, 책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을 늘어놓는 것은 아무런 필요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 우연히 그냥 한 번 넘겨보는 것이 이 책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그들의 삶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걸까. 책이 완성될 즈음에야 알게 되었다. 그들의 삶의 중심에는 솔직함이 있었다.”

저자의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그냥 그렇게 그런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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