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하다

<김애란 저 / 문학동네>

이 책의 저자 김애란 작가는 소설 좀 읽는다는 주변 분들로부터 숱한 추천을 받았던 작가입니다. 또 대표 작품인 ‘두근두근 내 인생’, ‘비행운’의 유명세를 보며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던 중 작년 겨울 이 책, ‘바깥은 여름’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의 ‘여름’이라는 단어에 추운 계절과 어울릴까 고민이 되었지만, 책 뒷면의 문구가 저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저는 이 문구를 읽고 소설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사람의 겉모습만을 보고 그의 내면까지 판단하곤 합니다. 또, 뉴스에는 사건의 단편만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인물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사건을 구체적으로 살피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소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타인을 더 가까이 접해볼 수 있죠.

이 책에는 7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모두 우리 곁의 누군가가 겪었을 법한 일상의 이야기들입니다. 10년을 사귀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이별을 고민하는 커플 이야기,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유기견과 우정을 쌓는 어린이 이야기 등 어쩌면 기사나 다큐멘터리에서 스치듯 본 이야기들 같기도 합니다. 그만큼 강한 흡입력으로 읽는 내내 인물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울게 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럼 이 중 인상 깊었던 몇 부분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무너진 사람들의 이야기, ‘입동’

이 단편에는 집안일을 도와주러 온 시어머니가 실수로 복분자 액을 사방에 튀기자 며느리인 주인공이 ‘아이씨-‘하고 짜증을 내는 장면이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어떻게 어르신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놀랐지만, 다음 내용을 읽어갈수록 인물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후진하던 어린이집 차량에 의한 사고로 다섯 살 난 아들을 잃은 사람입니다. 위 장면에서 등장하는 복분자 액은 아이를 죽게 한 어린이집에서 착오로 보낸 것이었지요. 그런 복분자 액이 사방에 튀었으니 얼마나 수많은 감정이 오르내렸을까요? 그녀를 두둔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언행에도 개연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주인공을 점점 이해하며 남의 행동을 기본적인 도덕 소양만으로 단정 짓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것만큼 공감의 힘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스코틀랜드에 사는 사촌 언니로부터 한 달 정도 집을 비우니 와서 지내볼 것을 제안받은 주인공은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습니다. 사촌 언니의 제안은 사고로 남편을 잃은 주인공이 낯선 곳에서 마음을 추스르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지요. 주인공은 낯선 땅에서 남편의 습관을 곱씹어 보거나, 사람으로부터 위안을 찾기도 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기는커녕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드러기만 얻고 맙니다.

상실의 아픔은 사람에 따라 두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속이 뒤틀리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많은 사람이 명을 달리하고 주인공과 같은 사람들도 여럿 생겨납니다. 주인공을 통해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보고 나니, 그들을 대할 때 어쭙잖은 위로와 조언을 하기보다는 경청과 공감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는 책을 집필한 후 본인의 글을 돌아보며 아래와 같이 글을 맺습니다.

“내가 이름 붙인 이들이 줄곧 바라보는 곳이 궁금해 나도 그들 쪽을 향해 고개 돌린다.”

소설 속에서 제가 만난 인물들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이란 바로 희망이 있는 어딘가가 아닐까요? 그렇기에 앞으로 마음이 시릴 때마다 사람 냄새가 나는 이 책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

 

라이터스 _ SK네트웍스 방준성 매니저
회사에서 금융과 회계 등 재무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책 읽는 취미는 대학 때 생긴 것 같습니다.
그저 읽고 지나치는 것이 아쉬워
남기는 버릇도 갖게 되었습니다.
책 읽고, 남기고, 나누며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