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지 않는 것의 어울림

최근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온/오프라인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취업’ 그리고 ‘퇴사’입니다. 한쪽에서는 취업을 못해서 난리인데, 같은 시간 반대편에서는 회사가 싫다며 퇴사를 꿈꾸는 사람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취업과 퇴사가 동시에 화제의 단어로 떠오르는 걸 보면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어떻게 이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우연히 책을 한 권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긱 이코노미

<다이앤 멀케이 저 / 더난출판사>

‘긱 이코노미(Gig Economy)’
: 그때그때 발생하는 필요에 따라 임시로 인력을 고용하는 경제 형태.
이러한 일자리는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 등의 이름으로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긱 이코노미는 그 노동력의 중개가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루어진다는 차이점을 가진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매킨지는 2015년 긱을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라고 정의한 바 있다.

긱 이코노미는 취업과 퇴사가 반복되는 형태의 고용 경제입니다. 위의 기사가 잘 설명해주었듯이 아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플랫폼 기반으로 진행되면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는 ‘우버(Uber)’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말이 좀 생소해서 그렇지, 근본개념은 생소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일용직 근로자가 새벽에 인력사무소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으면 누군가가 와서 “타일 1명이요!”라고 외칩니다. 그러면 몇몇 타일 전문 근로자가 일어나고, 공사 담당자는 즉석에서 가장 적당한 사람과 악수를 나눕니다(취업). 그리고 현장 가서 일을 한 후 맡은 일이 마무리되면 일당을 받고 퇴근(퇴사)합니다.

긱 이코노미는 일용직/프리랜서 근무자가 일감을 구하는 곳이 인력사무소가 아닌 디지털 플랫폼으로 바뀐 것 외에 외형적으로 크게 다른 건 없습니다. 하지만 장소 변경이 사람들의 일자리 시장에 미치는 파급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책 『긱 이코노미』는 그러한 변화에 대한 경고, 대응법을 제시하는 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변화와 대응법

일자리 시장의 장소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기업과 일반 개인 모두 자신이 원하는 일을 수행해줄 사람을 구하기가 더 쉬워졌습니다. 일을 구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추운 새벽 인력사무소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으로 원하는 일감을 찾을 수 있게 되었지요.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줌으로써 적은 보유자산으로 큰 수익을 올린 ‘우버’ 등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정규직 고용 형태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이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지요. 현재의 긱 이코노미 시장은 단순 심부름, 운전 등 제한적 범위에 국한되어 있지만 향후 그 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정규직의 종말, 자기고용의 10가지 원칙’입니다. 저자는 “이제 확실한 직업은 없다. 긱 이코노미 시대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고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고용 보장이 아니라 소득 보장을 생각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자기고용의 10가지 원칙’을 좀 더 실천적이면서도 구체적인 키워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자유를 얻지만, 안정을 기대하지 말라.
집/자동차/옷 등에 쓰는 고정비용을 최소화하고 빚을 청산하라.
미래를 대비해 검소하게 생활하고 저축을 하라.
물건은 소유하지 말고 빌려 써라.
학력, 직함이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키워라.

 

기업, 사회/정부에 던지는 화두

기업이 점점 정규직 고용을 꺼리게 되면서 더 유연한 고용체계, 기업문화, HR제도 도입에 대한 고민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기업 체계는 아직도 정규직 중심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인력이 점점 정규직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있는 지금, 그 인력들의 안정과 성장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도 기업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책은 정부가 세금 납부의 가장 든든한 계층인 정규직 중산층이 줄어드는 것에 우려를 표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현재 법 체계는 과거의 고용 방식에 얽매여 있습니다. 앞으로 시대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법 체계부터 변화해야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사회적 갈등도 발생할 것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긱 이코노미의 가장 큰 특징인 고용 불확실성을 사회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언급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여론의 중심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이 있는데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 외에 방법이 없다”고 이야기했으며,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도 “누구나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정부가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일정한 금액을 매달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불확실한 고용 환경 속에서 정부가 세금으로 국민들의 최소한의 안정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가는 좀 더 유연한 고용체계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은 보편적 기본소득을 ‘안전망이 있는 자유주의’로 표현하며 기업과 사회의 역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이

‘오버랩(Overlap)’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겨울은 입춘이 온다고 무 자르듯 정확하게 끝나지 않습니다. 다만 서서히, 겨울 속으로 봄이 겹쳐집니다. 이미 내포되어있던 따스함은 때가 되면 싹을 틔웁니다.

긱 이코노미 또한 마찬가지리라 생각됩니다. 오버랩의 시간을 서서히 거쳐 긱 이코노미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어 가겠지요. 하지만 겨울 속에도 봄이 있고, 봄 속에도 겨울이 있듯, 정규직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울리지 않는 어울림은 계속되고, 그 안에서 각자 자신만의 봄을 찾을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행운을 빕니다.

영국에서 들려온 뉴스 하나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우버 운전자는 사실상 우버가 고용한 근로자니 그에 따르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 우버 운전자 종업원 지위 인정… “긱 이코노미 업체에 먹구름”
2017/11/13 이투데이 

영국 사법부가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운전자를 자영업자가 아닌 종업원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중략)… 법원의 판결에 따라 우버는 영국에서 최저임금을 준수해야 하고 유급 휴가 및 기타 수당을 줘야 한다.

…(중략)…

우버는 판결에 불복하며 대법원까지 이 사안을 끌고 갈 의지를 보였다.
우버의 톰 엘비지 매니저는 “우버가 출시되기 전 택시들은 수십 년간 자영업자로 존재해왔다”며 “우버 드라이버들이 우버를 택하는 이유도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등 자유를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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